어벤져스의 최후의 전투 "어벤져스 어셈블"
살아온 가치관도, 개인 성향도, 취향도, 모두 제각각이지만 지구를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뭉친 슈퍼 히어로, 이른바 어벤져스. 어벤져스의 마지막 이야기 '엔드게임'은 역대 최강의 악당 타노스의 핑거 스냅으로 인류의 절반이 사라져버린 상태로 시작한다. 최선을 다해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고 했기에 더욱 큰 슬픔과 아픔이 가슴속에 박혀버린 영웅들. 어떻게든 상황을 되돌려보려고 악당 타노스를 찾아가 보지만 이미 게임은 끝났다. 울분에 찬 토르는 그의 머리를 날려버리고 영웅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그렇게 모두가 실의에 빠져있을 때 양자 세계에 갇혀있던 앤트맨이 현재 세계로 돌아오는데,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고는 해도 바뀌어도 너무 바뀐 현실에 혼란스러워하는 앤트맨이다. 이대로 주저앉아 슬픔을 받아들이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는 지난 5년의 시간 동안 몸소 겪은 것들이 이 최악의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양자 영역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실마리를 풀고 인류를 구할 방법을 고안해 내는데, 비록 사라져버린 인류만큼 영웅들의 숫자는 줄었지만, 흩어져있던 어벤져스를 다시 한자리에 모이게 한다. 계획대로 실행만 잘 하면 그리운 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렇게 인류를 되살리기 위한 여섯 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얻기 위해 어벤져스들은 각자 맡은 시공간인 양자 영역에 들어가는데, 누군가는 그리운 얼굴들을 만나고 누군가는 희생을 하며 우여곡절 끝에 여섯 개의 스톤을 모두 현재로 가져온다. 마침내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모아 손가락을 튕기자마자 지구가, 사라졌던 인류가 다시 되살아난다.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던 이 영화는 과거에 있던 악당 타노스가 다시 나타나면서 전래 없던 대전투를 시작한다. 되살아난 영웅들이 힘을 합쳐 타노스 군단에 맞서지만 쉽게 끝나지 않는 전투. 희생자는 늘어나고 인류는 또다시 위기에 처해질 국면에 다다른다. 결국 지구의 평화를 위해 아이언맨이 희생하면서 어벤져스의 대장정은 그렇게 마무리가 된다.
좋아하는 장면들에서 느꼈던 감정
손가락을 튕긴 순간 인류의 반이 사라지고, 어벤져스의 영웅들의 절반도 먼지로 사라진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라졌고 공허함과 무기력함만이 세계를 지배한다. 살아남은 영웅들의 삶도 다르지 않다. 아이언맨은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함께이지만 행복하지 않고, 토르는 알코올 중독자로 은둔생활을 이어가며 캡틴 아메리카는 견딜 수 없는 우울증에 집단 상담을 받는다. 이때는 진짜 스크린을 넘어 우울한 감정들이 온전히 전해졌다. 진짜 아주 허무한 상황인데 뭔가 반전이 없을까 생각하면서 스토리를 지켜보다가 앤트맨이 나타나는 장면에서 '아 됐다. 이제 다시 살릴 수 있겠구나'하고 안심했다. 이후에 어벤져스들은 인피니티 스톤을 찾기 위해서 양자 영역으로 들어가고 각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극이 흘러간다. 토니 스타크는 아빠를 만나고 스티븐 로저스는 첫사랑을 만나고 블랙 위도우는 숭고한 죽음을 선택하는데 이 각자의 서사가 담긴 장면들이 슬프면서도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수많은 시간의 시간을 거쳐 이 게임의 끝을 향해 갈 때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어벤져스 멤버들과 히어로들이 타노스의 결전을 위해서 동시에 여러 포털에서 등장하고 그들을 본 캡틴 아메리카가 '어벤져스 어셈블'이라고 말하는 순간에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이어진 타노스와의 싸움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토르의 망치를 들었을 때 역시 소름이 돋았다. 사실 이 전에 나온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이번 영화의 떡밥 장면이 하나 등장하는데, 토르가 어벤져스 멤버들에게 망치를 들어보라고 하는 장면이다. 다른 어벤져스 멤버들에게는 꿈쩍도 하지 않던 망치가 캡틴 아메리카에게만 아주 살짝 반응을 보이고 그때 토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던 것이 기억난다. 이번 엔드게임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토르의 망치를 드는 순간 토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라고 대사하는데 이건 진짜 마블 팬들이라면 다 소름이 돋았던 장면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언맨이 마지막 순간에 타노스에게 하는 대사인 '나는 아이언맨이다'라는 그동안의 아이언맨 시리즈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정말 슬프면서도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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