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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 범죄와의 전쟁 부산을 주름잡던 건달들의 이야기

by 행복한뚜지 2023.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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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 포스터

 

1980년대 부산을 주름잡던 건달들의 이야기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윤종빈 감독의 역량을 보여 준 수작이다. 2012년에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각본상, 청룡영화상 각본상,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대상을 수상했다. 80,90년대를 살아왔던 이들이라면 영화 제목을 듣자마자 바로 이 역사적 사건이 떠올랐을 것이다. 1990년 10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민생치안 확립을 위한 특별선언 말이다. 당시 노태우 정부 자체가 국민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고 탄생한 정부가 아니었다. 또한 당시의 국회인 13대 국회도 여소야대 상황이었다. 그래서 1990년도에 3당 합당을 하게 된다.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합당하여 '민주자유당'이 출범한다. 그 결과 국회는 장악했지만 국민들의 지지율은 허락했다. 따라서 군사정권에 대한 불신을 잠재우기 위한 '범죄와의 전쟁'을 발표한 것이다. 첫 번째 주요 골자는 국가의 공동체를 파괴하는 범죄와 폭력에 강력히 대응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민주사회의 기틀을 위협하는 불법과 무질서를 추방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과소비 투기, 퇴폐와 향락을 바로잡아 건전한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때 굉장히 위험한 점은 정부가 경찰한테 성과를 주면서 단기간 동안 범죄를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결국 경찰은 성과를 올리려고 강제수사를 진행한다. 범인이 아닌 사람을 범인인 것처럼 만들어버리는 일들이 이 시기에 대부분 발생하게 된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바야흐로 1980년대 정국이 혼란하고 국민들의 살림살이도 어려운 시대에 부산을 주름잡던 건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건달 최형배와 반달 최익현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윤종빈 감독과 주변 인물들의 실제 경험담을 녹인 작품이다. 먹고살기 힘든 소시민들 사이에 부정부패가 만연했던 시절, 어린 윤종빈 감독의 아버지는 경찰 공무원이셨고, 그의 친구의 아버지는 세관 공무원이셨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들은 에피소드를 각색해서 만든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그의 아버지는 영화 속 최익현의 교육법처럼 어린 윤종빈에게 '남자는 검사가 돼야 한다'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경찰이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아버지가 경찰 간부였지만 나이 어린 검사들에게 꼼짝 못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 밥 먹을 때마다 영어 단어 시험을 봤던 윤 감독의 경험 또한 영화에 고스란히 등장한다. 어떻게 젊은 감독이 80년대를 완벽하게 재현했을까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설명이다. 1980년대가 어떤 문제든 인맥만 있으면 무서울 게 없는 세상처럼 보이는 것은 그만큼 허술한 시대였다는 반증이다. 영화에서 최익현은 종친회 인맥을 이용한다. 기존의 영화들은 '소시민을 괴롭히는 건달' 혹은 '건달과 건달의 알력 다툼'이 기본 구도인데 이 영화는 특이하게 '건달 최형배'와 '반달 최익현'의 대결을 그린다. '반달'은 반쯤 건달에 걸쳐있다는 뜻이다. 최익현은 민간인과 건달 사이에 있는 인물로 그 시대에 가장 일반적인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최익현처럼 어두운 세계에 들어가지 않았을 뿐 비슷한 삶을 살았던 아버지들이다. 많은 어른들이 최익현처럼 적극적으로는 못 해도 그와 같은 마음들은 다 있었을 것이다. 보통 사람은 진짜 건달을 만날 엄두는 못 내는데 영화에서 최익현은 자신의 야망을 주체 못 하고 결국 건달들의 두목인 최형배를 만나게 된다. 최형배는 최익현을 만나면서 한국 사회의 인맥을 통해서 더 큰 범죄를 저지를 수 있게 된다. 그는 폭력이 권력과 결탁했을 때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사실 영화적으로 보면 건달 최형배는 순진한 구석이 있는 반면 반달 최익현은 건달을 영악하게 이용하는 장면들을 볼 때 최형배보다 최익현이 더 나빠 보이기도 한다. 최익현은 깡패보다 더 나쁜 민간인으로서 당시 세태를 비판하는 캐릭터이다.

 

영화 속 명장면 연출 의도

영화에서 최익현이 최형배에게 족보를 따지며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장면이 인상 깊다. 주먹보다 센 건 종친회라고 믿는 최익현의 허장성세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처음 만났을 때 자기 이익이나 친분을 위해서 공통점을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윤 감독은 혈연, 지연, 학연에 목매는 사람들을 풍자하고자 이 장면을 연출했다고 밝혔다. 최익현 입장에서는 최형배를 이용해야 하는데 연결고리가 없었기 때문에 고민이 깊었다. 그런데 마침 같은 최 씨라서 족보를 따져봤더니 자신의 서열이 위인 것을 깨닫고 기뻐한 것이다. 당시 투자사들이 이 영화가 상업성이 없는 영화라고 판단했기에 영화의 제작비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적은 제작비로 특징적인 포인트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그중에 한 가지가 옛날 단발머리이다. 영화에서 김성균 배우가 이 단발머리를 너무 잘 소화해 줬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장면은 최형배 무리가 단체로 걸어오는 장면이다. 사실 이 장면에는 비밀이 있는데, 적은 예산 탓에 주변 간판들을 전부 제작하지 못해 주변의 간판을 가리기 위해 일부러 인물 위주로 촬영한 장면이라고 한다. 저예산 덕분에 명장면이 탄생한 것이다. 사실 근현대를 재현한다는 건 정말 어렵다. 근현대를 다루는 영화에서는 디테일을 재현하는 것보다 시대적 정서를 표현하는 게 더 중요하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정서적 요소를 통해 1980년대 부산의 분위기를 잘 구현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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