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나타난 한강 괴물
미 8군 용산 기지 영안실, 웬 미군 장교 한 명이 한국인 군무원에게 지시를 내린다. 포름알데히드가 든 병을 그냥 하수구에 버리라는 것이다. 한강으로 흘러갈 걸 알면서도 어쨌든 미군 부대에서 미군이 시키는 일이니까 지시대로 포름알데히드가 든 병을 그대로 버리기 시작한다. 근데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송강호가 연기하는 주인공 강두와 그의 아버지 그리고 그의 딸 현서(고아성)는 한강에서 매점을 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 가족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맑은 하늘에 나타난 날벼락 마냥 갑자기 나타난 괴물이 한강 공원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박살이 나버리고 만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져서 도망치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딸 현서의 손을 잡고 달리던 강두는 한참을 달리고 나서야 애먼 아이의 손을 잡고 달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빠의 손을 놓친 현서는 그대로 괴물의 꼬리에 감겨 차가운 한강물속으로 빨려 들고 만다. 영화 괴물의 전반부는 괴물의 등장으로 혼란에 빠진 가운데 제대로 대응할 능력도 제대로 된 매뉴얼도 없는 정부가 통제만 하려 드는 모습을 아주 대놓고 풍자하고 있다.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한 강두의 가족들은 결국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불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해서 병원을 탈출하고 직접 현서를 찾아 나서게 된다. 마침내 그들은 괴물을 발견해서 사투를 벌이지만 결국 가족의 가장이자 리더인 강두의 아버지 희봉마저 괴물에게 희생당하고 만다. 강두는 잡혀가고 나머지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애당초 그들이 주장하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있지도 않은 걸 찾겠다고 시간을 끄는 동안 괴물은 현서를 삼켜버리고 만다. 어느새 틈만 나면 잠드는 미련 곰탱이에서 수면제를 아무리 맞아도 잠들지 않는 초인으로 성장한 강두는 잡혀있는 곳에서 탈출한다. 남일(박해일)과 남주(배두나)도 각각 정신을 차리고 괴물과의 일전을 위해 원효대교로 모인다. 한국 사회의 빈약한 재난 대처 시스템을 냉소적으로 비웃던 영화는 결국 각각의 가족들의 활약이 합쳐져 괴물을 물리치는 결말을 그리고는 있지만 이들의 싸움은 현서를 구해내는 해피엔딩으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몇몇 사람들의 희생이나 자구책으로 재난에 대응한다면 그 사회는 언제까지나 그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강두는 새로운 가족을 꾸렸으나 그는 더 이상 잠을 자지 않고 손에서 총을 놓지 않는다. 결국 세상은 달라진 게 없으니 개개인이 달라지는 수밖에 없다는 이 엔딩은 대단히 씁쓸할 수밖에 없다. 이 영화가 개봉한 지 벌써 17년이나 되었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였다.
한국 사회의 현실과 한국의 가족주의
영화 괴물은 장르적으로 재난 영화 혹은 괴수의 침공을 다루는 영화의 포맷을 따라가면서 그 안에 한국 사회의 현실적 상황과 당대적 풍경을 더한다. 장르를 통한 상업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성취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괴수 영화의 배경은 비현실적인데 괴물은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하 암시나 상징도 들어가 있고 한국적인 가족주의까지 모두 현실적으로 반영했다. 영화에서 현서(고아성)의 영정 앞에 모인 가족들에게 강두의 아버지 희봉이 현서 덕에 가족들이 다 모였다고 말하는 장면은 죽음이라는 큰 슬픔 속에서 딱 하나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는 너무나도 한국적인 상황과 정서를 잘 담아낸 장면이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한강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매일 보던 한강 다리를 보며 새삼 감탄하게 만드는 봉준호 감독의 연출도 인상 깊었다. 한강의 다리가 얼마나 다채롭고 그 안에 비밀스러운 공간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를 알려준 영화이다. 낯익은 공간에서 낯선 느낌을 받았다. 건축학적인 측면에서 봐도 흥미로운 영화일 것이다.
제작사에서 밝힌 괴물의 프로필
괴물의 나이는 7세이다. 사람 나이로는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말할 수 있겠다. 어쩐지 사회에 불만이 많아 보였던 괴물이다. 외모적 특징은 다섯 조각으로 벌어지는 연꽃 모양 입이 있다. 성격은 호기심이 많고 감정적이며 충동적이다. 특이사항으로는 신체의 기형으로 항상 몸이 아프다. 그래서 상시적인 통증으로 인해 포악하고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많이 변한다. 괴물의 최대 약점은 외로움이 많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괴물의 출연료가 50억 원이라는 것이다. 괴물의 디자인부터 영화로 완성하기까지 CG비용까지 모두 합한 금액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비싼 배우라고 할 수 있다. 제작 과정에서 괴물의 1차 확정 디자인은 어류와 양서류가 조합된 형태였다. 최종으로 확정된 디자인에서는 연꽃잎처럼 벌어지는 입과 작은 앞발을 추가했다. 그렇게 3년 간 2000장이 넘는 스케치를 거치며 탄생한 것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괴물의 모습이다.
한 가족의 재난 생존기
영화에서 바이러스가 나중에 거짓이라는 게 밝혀지기 전까지 마치 사실인 양 긴장 요소로 활용한다.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드는 상징과 은유들을 영화 곳곳에 잘 등장시켰다. 한국 영화 수출의 전기가 된 괴물이 해외에서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히려 가장 한국적인 상황이 주는 '블랙 유머'에 대해서 해외 관객들의 반응이 되게 열광적이었다. 영화 괴물은 촬영 시작도 전에 일본에서 470만 달러에 구매되었다고 한다. 일본은 고질라 등 괴수 문화가 이미 인기 있는 나라기 때문에 그랬을 것 같다. 봉준호 감독이 괴물 시사회를 했을 때 스페인, 이탈리아, 남미 쪽이 가장 열광적이었다. 정서가 우리나라와 비슷하기 때문인 것 같다. 재난 영화에서 가족은 늘 중요한 화두였다. 괴물 역시 가족주의를 따라가지만 그걸 가족들의 대사를 통해서 풍자하거나 비웃기도 한다. 2대에 걸쳐 엄마가 없는 가족이라는 설정은 묘한 상실감을 주면서 외동딸 현서에 대한 애착이 각별해질 수밖에 없는 가족 구성을 보여준다. 어쩌면 괴물의 가족주의는 사회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는 한국에 사는 한 가족의 재난 생존기를 그린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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