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된 소피
이 이야기는 아버지가 물려준 모자 가게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소녀 소피와 함께 시작한다. 같이 일하는 직원이 소피에게 무도회를 같이 가자고 하지만 소피는 하던 일을 마저 해야 한다며 거절한다. 사실 소피가 정말로 무도회에 가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그저 자신감이 부족했던 것이다. 울적한 기분을 달랠 겸 소피는 동생을 만나러 길을 나선다. 거리는 이웃 나라와의 전쟁에 참여하는 군인들을 환송하는 인파로 북적거렸다. 길을 헤매던 소피는 껄떡대는 군인들과 만나게 된다. 이때 갑자기 잘생긴 남자가 등장해서 손짓 한 번으로 이 상황을 해결한다. 소피는 온 얼굴에 잘생김을 공백 없이 붙이고 있는 미남과 우연찮게 동행하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그들을 뒤쫓기 시작한다. 이 잘생긴 남자는 소피에게 평생 잊지 못할 산책을 선물한다. 소피의 혼을 쏙 빼놓고 퇴장하는 타이밍과 자세 또한 예술이다. 그날 밤 소피의 모자 가게에는 블랙 슈트를 입은 블랙 컨슈머 하나가 찾아온다. 하울을 노리고 있던 '황야의 마녀'가 낮에 있었던 일로 소피를 질투해 저주를 걸러 온 것이었다. 마녀는 이팔청춘 꽃다운 소녀를 할머니로 만들어버리고 사라진다. 한순간에 할머니가 됐지만 도무지 화낼 줄 모르는 이 소녀는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떠나기로 한다. 그런데 하룻밤 동안 세월의 폭풍을 맞은 무릎이 견뎌 내질 못한다. 갈 길은 먼데 힘이 없어 걱정이던 그때 나뭇가지 하나를 발견하고 지팡이로 쓰기 위해 들어 올린다. 하지만 소피가 들어 올린 건 지팡이가 아니라 순무로 만든 허수아비였다. 소피는 순무를 싫어하기 때문에 허수아비를 그대로 두고 가던 길을 가는데 허수아비는 소피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순무 얼굴을 하고 있는 허수아비는 소피를 집으로 데려가는 게 아니라 집을 소피에게 데려왔다. 90살이 되어버린 소피의 관절처럼 삐거덕거리기는 하지만 여기가 바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다. 소피는 결국 하울의 성으로 입성하게 된다. 처음 소피에게 말을 걸은 건 바로 이 성을 지키고 움직이게 하는 불의 악마 '캘시퍼'였다. 하지만 고단한 하루를 보낸 소피는 그만 잠이 들고 만다. 다음날 이 성에는 꼬마 마법사 '마르클'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문밖은 황야가 아닌 다른 곳이었다. 호기심이 생긴 소피는 마르클이 한 대로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어본다. 그리고 마침내 이 집의 주인이자 성주 하울을 마주하게 된다. 그는 소피의 가슴에 제대로 불을 지른 바로 그 잘생긴 남자였다. 함께 식사를 하고 청소 마녀로 변신한 소피는 성 안을 발칵 뒤집어서 깨끗하게 만들어 놓는다. 답답한 가게 안에서 갇혀 살았던 소피는 이 성에서 청소 마녀로 살아가는 일상이 어쩐지 마음에 들었다. 한편 온 나라를 뒤덮은 전쟁은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었다. 괴물들과의 격투 끝에 하울은 지친 모습으로 성에 돌아온다. 사실 그의 본모습도 괴물이었다. 그런데 머리색 하나 바뀌었다고 절망하는 하울에게 소피는 위로를 건네보지만 소용없다. 몸져눕기까지 한 하울을 소피가 돌본다. 결국 소피는 두려워하는 하울 대신 거절의 뜻을 밝히기 위해 왕궁으로 나선다.
내면의 변화를 일으키는 진정한 사랑
정체를 속인 소피의 앞에 나타난 사람은 하울의 스승인 마법사 설리만이었다. 황야의 마녀조차 한 방에 이렇게 만들어 버릴 만큼 무시무시한 마법사인 그녀는 하울을 전쟁에 이용하려 한다. 소피는 그런 설리만에게 하울이 악마와의 관계는 스스로 정리할 거라며 마왕이 되지 않을 거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소피의 모습이 갑자기 젊어진다. 어쩌면 소피가 진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낼 때 마녀의 저주가 풀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때 갑자기 국왕인 척 하울이 나타난다. 설리만은 하울에게 마법을 걸어 버리는데 결정적인 순간 소피가 하울을 말리는 바람에 둘은 탈출에 성공한다. 그런데 황야의 마녀에 설리만의 개까지 군식구가 늘어나 버렸다. 그렇게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대대적인 이사를 시작한다. 그런데 새 은신처는 바로 소피의 고향 집이었다. 그러나 행복한 것도 잠시였다. 하울과 소피의 은신처가 설리만의 부하들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하울은 소피를 지키기 위해 그녀를 성에 숨기고 설리만의 부하들을 유인한다. 하지만 소피의 고향 집 또한 안전하지 않았다. 하울이 폭탄을 막은 덕분에 소피와 은신처는 무사했다. 사랑이란 두 사람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법이다. 하울은 소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로 나서고 이걸 가만히 볼 수만은 없는 소피는 캘시퍼에게 머리카락을 주며 새로운 계약을 한다. 힘을 얻은 캘시퍼는 하울이 있는 곳으로 성을 움직인다. 신나게 달려가던 그때 캘시퍼가 갖고 있던 하울의 심장을 보자 마녀가 하울의 심장을 먹겠다고 난동을 부린다. 모든 게 끝났나 싶은 순간 소피는 하울이 준 반지를 따라 하울의 어린 시절, 하울이 캘시퍼에게 심장을 주었던 순간을 보게 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그곳에는 전투로 심하게 다친 하울이 소피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울의 심장을 되찾기 위해 소피와 하울은 캘시퍼에게 간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캘시퍼는 자유의 몸이 된다. 하지만 캘시퍼의 마법이 풀리면서 마지막 성이 무너진다. 이때 순무 얼굴을 하고 있는 허수아비가 몸을 날려 모두의 목숨을 구해준다. 그런데 소피가 순무 얼굴에 고마움의 키스를 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허수아비의 본래 모습은 이웃 나라 왕자였다. 그때 마침 마음을 되찾은 하울도 깨어난다. 저주도 풀고 전쟁도 멈추고 죽은 마음도 살려내는 기적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다. 바로 누군가를 향한 진심, 사랑이다.
상상력의 한계를 넘은 '하울의 성'의 묘사
원작에서는 유럽식 성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원작에서는 하울의 성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생략되어 있다. 영화에서는 하울의 성에 다리가 있는 설정으로 상상해 탄생했다. 움직임의 역동성을 주는 동시에 위태위태한 느낌도 고려해 닭의 다리 모양으로 고안해 냈다. 하울의 성 디자인을 본 프랑스 미술계는 이 정도면 '현대의 피카소'라며 최고의 극찬을 보냈다고 한다. 유럽에서 성의 개념은 영토를 의미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성을 방어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럽에서 성은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위치해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한다. 그런데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린 하울의 성은 피난처를 의미하는 스페인의 '케렌시아' 개념을 갖고 있다. 하울에게 성은 자신의 피난처인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전쟁에 맞서다 유일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하울의 성이었다. 성의 2D 애니메이션 묘사 중 성을 이루는 기계들의 각기 다른 움직임은 수많은 기계를 개별로 스케치한 결과이다. 하울의 성에 온갖 폐품과 쓰레기가 붙어 있는 이유는 세상에 버려진 존재도 모두 포용하는 '하울의 성'을 의미한다. 하울의 성은 저주를 받은 사람은 물론 저주를 내린 사람까지 포용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공간으로 서로에게 피난처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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