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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 미저리 어느 날 불현듯 찾아온 끔찍한 악몽

by 행복한뚜지 2023.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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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저리 포스터

 

어느 날 불현듯 찾아온 끔찍한 악몽, 영화 '미저리'를 소개하겠다.

 

소설 '미저리'의 광팬 애니 윌크스

연작 소설 '미저리'로 인기를 끈 소서가 폴 쉘던은 이번에는 '미저리'가 아닌 새로운 소설을 완성한다. 그는 탈고 후 습관처럼 샴페인 한 잔을 하고 담배 한 개비를 태운 뒤 뉴욕에 있는 출판사로 향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내리는 폭설로 눈길에서 미끄러진 차가 그만 전복되고 만다. 가까스로 살아남아 어딘지 모를 침실에서 눈을 뜬 폴 앞에 한 여자가 서있다. 그녀의 이름은 애니 윌크스이고, 자신을 폴의 열렬한 팬으로 소개하고 있다. 폴은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그녀에게 기꺼이 원고를 내어준다. 하지만 이를 곧 후회하게 된다. 한편 폴의 저작권 대리인은 산장을 떠난 폴과 연락이 되지 않자 그가 머물던 실버크릭 보안관서에 실종 신고를 낸다. 그리고 그날 밤 '미저리'의 결말을 읽은 애니가 폴을 찾아온다. 그녀는 '미저리' 속 등장인물이 죽어서는 안 된다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당신이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늙고 더러운 거짓말쟁이라며 폴을 위협한다. 다음날 아침 애니는 폴에게 소설 '미저리' 시리즈의 후속 편을 쓰길 강요한다. 마침내 자신이 원하던 이야기가 나오자 애니는 기뻐 어쩔 줄 몰라한다. 폴은 그녀에게 저녁을 함께하자고 제안하며 탈출의 기회를 엿본다. 폴은 애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 준비한 약을 애니의 와인 잔에 부어버린다. 돌아온 애니가 와인을 마시길 바라며 건배를 하는데 그만 실수로 애니의 와인잔이 쓰러지며 유일한 희망마저 물거품이 돼버린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던 폴은 일단 부엌에서 칼부터 챙긴다. 그런데 거실에 놓인 애니의 스크랩북을 발견하고 내용을 훑어보던 그는 몹시 당황한다. 스크랩북 안에는 자신을 찾는 기사는 물론이고 과거 끔찍한 사건의 범인이었던 애니의 기사까지 모두 모아져 있었다. 한편 수상한 연쇄 사망 사건의 중심에 있던 애니의 과거 사건 기록을 살펴보던 버스터는 애니가 자신의 재판에 소설 '미저리'의 문구를 인용할 만큼 폴의 광팬이었음을 알게 된다. 결정적인 단서를 얻은 버스터는 애니의 집으로 향한다. 애니의 눈을 피해 집 안을 몰래 살피지만 폴의 흔적을 찾지 못한 그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런데 그때 드디어 실종된 폴을 찾아낸다. 보안관을 살해할 만큼 끝내 집착을 버리지 못한 애니가 모든 것을 파괴하려고 한 그 순간 소설에 연연하던 애니를 설득해 위기를 모면한 폴은 목숨을 건 마지막 방법을 모색해 본다. 폴은 애니에게 소설의 마지막 장 구성이 끝났다며 축하하기 위해 딱 세 가지를 준비해달라고 말한다. 샴페인과 담배 그리고 성냥이 준비되자 폴은 그동안 써온 원고 위에 기름을 붓고 애니를 기다린다. 애니가 했던 것처럼 폴은 가차 없이 원고에 불을 붙인다. 그녀가 당황하는 동안 타자기를 들어 힘껏 머리 위에 내리친다. 하지만 애니의 반격으로 둘은 몸싸움을 벌이게 된다. 폴은 그렇게 죽을힘을 다해 애니를 제압하고 드디어 그녀에게서 벗어나게 된다. 시간이 지나고 지옥에서 무사히 탈출한 폴은 훗날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숨 막히는 집착의 대명사

비행기 탑승 중 악몽을 꾼 스티븐 팅이 그 꿈의 내용이 너무 좋아서 잠에서 깨자마자 휴지에 꿈 내용을 메모했다고 한다. 그 내용을 발전시켜 곧바로 소설을 써서 완성한 작품이 '미저리'이다. 스티븐 킹은 영화 속 주인공 '폴 쉘던'에게 자신을 투영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는 소설 '미저리' 집필 당시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이미 잘 나가는 작가였지만 본인이 원하는 이야기를 쓰지 못하고 있다는 압박감을 느끼던 시기였다며,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약물에도 중독되었다고 한다. 영화에서 소설에 집착하던 여주인공 애니 윌크스가 상징하는 것 또한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나지 못하는 약물의 이미지를 애니 캐릭터에 투영시켰다고 한다. 스티븐 킹은 애니를 연기할 배우를 찾기 힘들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완성된 영화에서 캐시 베이츠의 연기는 애니 그 자체였다. 당시 유명 배우가 아니었던 캐시 베이츠는 영화 '미저리'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녀는 일찌감치 연극 무대에서 인정받아오며 연극 쪽에서는 꽤 알려진 배우였다. 영화 개봉 후에 애니 역으로 호평 세례가 이어진 그녀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는 장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은 최초라는 명예도 안았다. 또한 미국영화연구소가 선정한 영화사에 길이 남을 악역에도 선정되어 그녀의 이름을 올렸다. 처음에는 되게 순박한 팬으로 등장했다가 갑자기 잔인하게 돌변하는 캐릭터였기에 만약 연기를 잘 못했다면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비판받을 수도 있었던 부분인데, 캐시 베이츠의 연기 덕분에 전혀 위화감 없이 영화는 흘러갔다. 그녀의 스크랩북을 통해 애니의 과거 악행이 드러났을 때에도 관객들도 그럴만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한 연기였다고 평가된다. 영화 '미저리'의 애니 윌크스는 광기 어린 집착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그만큼 영화 '미저리'는 현재까지도 스토킹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영화 속 캐릭터로 알아보는 정신장애 유형

영화에서 주인공 폴이 눈길 속에서 교통사고가 났을 때 애니가 외진 곳에 홀연 나타나 폴을 구조한다. 이 장면을 봤을 때 이미 이전부터 애니는 폴을 항상 지켜보고 있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그녀는 차 문 여는 도구도 갖고 있었다. 폴의 자동차 사고부터 전부 애니의 계획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애니는 현실의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캐릭터이다. 산속에 고립되어 홀로 살아가는 애니는 소설 속의 미저리를 동경하며 미저리와 자신을 동일시했을 것이다. 그런 미저리를 소설 속에서 없애버린 폴에게 분노하는 것도 그녀에게는 당연해 보인다. 한 정신과 의사는 애니처럼 불안정한 대인관계의 양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경계성 성격장애'로 타인에 대해 극도의 이상화와 평가절하를 반복하는 증상을 보인다. 경계성 성격장애의 특징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대인 관계가 불안정하며 자신과 타인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변하는 것이다. 같은 대상에 대하여 애증의 극단을 오가는 평가를 반복하는 영화 속 애니의 모습이 바로 경계성 성격장애 증세라고 말한다. 여기서 한 가지 우리가 주의해야 하는 것은 경계성 성격장에를 지닌 범죄자가 존재하는 것이지, 경계성 성격장애가 범죄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실제 정신장애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1% 미만으로 추정된다. 애니의 또 다른 정신적 병명을 찾아보면 흔히 스토킹을 하는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망상 장애라고 불리는 편집증을 찾아볼 수 있다. 망상 장애에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스토커들이 주로 하는 망상은 상대방도 자신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이는 상대방도 나를 좋아했으면 하는 무의식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망상이라는 것은 잘못된 믿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생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진짜라고 믿는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타인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반면, 스토커는 작은 호의에도 과대해석하게 된다. 애니는 '과대형 망상 장애'도 보이고 있다. 본인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인데, 영화에서 애니의 과대망상은 폴이 소설 '미저리'를 완성하도록 신이 그를 자신에게로 보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대형 망상 장애의 특징은 나는 대단한 존재다라는 강한 믿음을 보인다. 이렇게 자의식이 과대한 사람들의 경우 스스로 '이상'으로 설정한 목표가 존재할 때, 현실과 이상 사이에 괴리가 생길 때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강한 불안을 느끼며 강박증에 시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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