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Feel PRETTY 아름다운 착각
영화 '아이 필 프리티'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착각을 선물한다. 자신의 가치가 평범한 나머지 그 가치를 망각하고 낮은 자존감을 갖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착각 말이다. 주인공 '르네'가 주위의 시선을 살피며 헬스장에 들어선다. 그녀에게는 다른 사람보다 큰 사이즈의 운동화를 대여하는 것도 그녀에겐 쉽지 않다. 상쾌하게 운동을 시작하려는 찰나 르네가 앉은 의자가 부러지고 주위의 시선들이 모두 그녀에게로 향한다. 자신에게만 늘 창피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만 같다. 르네는 고급 화장품 회사의 온라인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의 사무실은 차이나타운 지하에 있는 작은 공간인데 이런 사무실조차 자신의 처지를 반영하는 것 같아 갑갑하게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의 서버가 먹통이 되고, 같이 근무하는 남자 상사는 긴급 상황이라며 르네에게 본사에 보내야 할 보고서를 직접 가서 제출하고 오라고 한다. 르네는 어쩔 수 없이 직접 보고서를 가지고 가는데, 본사의 분위기에 흠뻑 취하게 되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부러울 뿐이다. 보고서를 제출하던 중 그때 르네가 평소 동경하던 이 회사의 CEO인 '에이버리 르클레어'가 나타난다. 다시 헬스장에 운동을 하러 온 르네는 지난번과 같은 망신을 피하기 위해 스피닝 사이클의 의자도 여러 번 점검한다. 마치 주문을 거는 듯한 강사의 말에 자극을 받은 르네는 더욱 강하게 페달을 밟아 보는데, 이번에는 의자가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그만 미끄러지고 만다. 설상가상 넘어지면서 옆에 있던 스피닝 사이클에 머리카락마저 처참하게 뜯겨나간다. 두 번 다시 헬스장 근처에도 못 올만큼 망신을 당한 르네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마법에 빠진 것처럼 갑자기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예쁘고 멋지게 보이는 것이다. 초라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멋지고 아름다운 자신을 거울에서 발견하게 된다. 몸은 그대로인데 스스로 예뻐졌다고 느끼게 된 르네는 이전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자아도취감에 빠진다. 세탁소에서 대기 번호를 묻던 남성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반강제로 가르쳐주며 그의 연락처도 받아낸다. 얼마 후 르네는 드디어 본사에 찾아가 면접을 보게 된다. 회사의 CEO인 에이버리는 너무나 당당한 그녀를 희한한 듯 바라본다. 에이버리는 르네의 자부심에 반해 그녀를 바로 고용하기로 한다. 이후 르네는 회사의 새로운 브랜드 론칭을 위해 보스턴으로 향한다. 브랜드 론칭에서 발표할 연설문을 한창 연습하고 있던 그때, 누군가 찾아온다. 모델처럼 훤칠한 에이버리의 동생까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자 르네는 믿기지 않는 듯 조금 망설인다. 그때 이든의 메시지를 받고 정신이 번쩍 든다. 당황한 나머지 그를 돌려보내고 진정을 찾으려는데 머리를 크게 부딪친 뒤 잠시 후 깨어난다. 르네는 거울 속 자기 모습을 보고 당황하며 마법이 풀린 것을 느낀다. 그녀는 그동안 자신이 모든 일을 망쳤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다시 돌아와 브랜드 론칭 무대에 막무가내로 올라선다. 그곳에서 르네는 마법의 진실을 깨닫는다. 변한 것은 외모가 아니라 마음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르네는 사람들 앞에서 멋진 연설로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다. 회사는 덕분에 성공적인 론칭 쇼를 치르고 자신의 모습에 확신을 갖게 된 르네는 그녀를 한결같이 좋아해 준 이든에게 찾아간다. 이든은 르네의 본모습 그대로를 좋아해 준 남자였다. 그는 르네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자라고 말하며 그녀에게 감동을 선물한다.
에이미 슈머의 이유 있는 행보
주인공 '에이미 슈머'는 '아이 필 프리티'의 대본을 읽자마자 감독들하고 영상통화를 했다고 한다.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 영화는 결국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라며 영화의 메시지에 공감을 표한 적이 있다. 대본을 받고 2주 만에 출연을 결정했을 뿐 아니라 직접 영화에 투자까지 했다고 한다. 에이미 슈머가 직접 제작에 나서는 이유가 있다. 영화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에 출연했을 당시 제작자 중 한 명이 여주인공의 몸무게가 65kg 이상이면 보는 관객들이 불편해한다며 그녀에게 다이어트를 강요했다고 한다. 결국 그녀는 영화를 위해 촬영 당시 무리한 다이어트를 감행했지만 그것이 그녀의 건강을 망쳤다며 이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것이 그녀가 제작자의 길을 걷는 이유 있는 행보이다.
내면에서 찾은 진정한 아름다움
영화에서 마법에 빠지기 전의 르네는 이보다 더 낮을 수 없는 자존감을 갖고 다른 여자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열등감이 폭발하던 인물이었다. 르네가 소개팅 앱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는 장면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여성들의 현실이 담긴 장면이었다. 그런 르네가 머리를 다치고 마법에 빠지면서 갑자기 높은 자존감을 드러내는 설정은 이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설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보통 주인공이 어떤 일을 겪고 주인공에게 판타지가 찾아오면 변화를 위해 다른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게 정석이었다. 하지만 '아이 필 프리티'에서는 기존 영화에서 봐왔던 메이크오버 영화와 완전히 다른 반전을 그려낸 것이 신선했다. 실제로는 외모적으로 아무 변화가 없지만 영화의 제목 그대로 자신이 느끼는 자기의 모습이 갑자기 예뻐 보이고 멋져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 영화를 빛나게 한 특별한 장치이다. 더불어 이 영화의 미덕은 주인공이 예쁘고 다른 여성 배우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 CG나 분장 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에 화답하고, 세탁소에서 대기번호를 묻는 남성에게 자신의 번호를 알려주며 자신감으로 무장한 르네의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이 영화의 미덕이다. 영화 후반부 브랜드 론칭쇼의 무대에 선 르네는 진짜 자신과 마주하게 되고 더 이상 마법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우리는 모두 완벽함을 누리기보다 결핍을 딛고 살아간다. 나에게 쏟아지는 세상의 판단하는 말보다 스스로 자기를 아름답게 볼 줄 아는 것, 영화의 제목이 I am pretty가 아니라 I feel pretty인 것이 영화의 가장 큰 주제를 너무나 잘 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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