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민낯을 유쾌하고 신랄하게 풍자한 블랙코미디
주상숙(라미란)은 대한당의 국회의원 3선째이다. 주상숙은 가난한 서민들을 위한 일꾼처럼 홍보하지만 어느덧 부패한 정치인으로 고인 물이 되었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던 주상숙은 경쟁 후보들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능청스럽게 대처한다. 그녀는 당 대표와 무소속 후보였던 남용성(조한철) 후보와도 은밀한 정보를 주고받을 만큼 가식적인 면모도 갖추었다. 그런데 이들의 모습이 한 기자가 설치한 몰카에 고스란히 담기게 된다. 주상숙은 자신이 사는 집조차 위장하며 철저히 거짓 인생을 살아간다. 옥희재단의 상징과도 같은 돌아가셨던 그녀의 할머니(나문희)가 버젓이 살아계셨다. 상숙은 자신의 당선을 위해 기도도 한다. 동시에 할머니 또한 손녀를 위해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번개가 치며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할머니의 기도가 통한 걸까? 갑자기 주상숙은 거짓말을 하지 못하며 남편을 당황케 한다. 선거를 위해 남편과 함께 방송에 출연한 그녀가 그보다 더한 폭탄 발언을 마구 쏟아낸다. 희철(김무열)은 그동안 포장된 주상숙의 이미지가 날아갈까 안절부절못하며 당황한다. 게다가 주상숙은 자신의 치부까지 여과 없이 드러낸다. 다 이긴 선거를 작정하고 망치려 드는 주상숙을 희철은 이해할 수 없었다. 희철은 과거 선거 판세를 꿰뚫기로 유명한 책사 이운학(송영창)을 찾아간다. 주상숙의 선거캠프는 이운학의 합류로 완전히 뒤바뀐다. 남 후보는 유일한 주상숙의 아들을 선거판에 끌어들여 원정 출산과 군 복무 문제를 들고 반격에 나선다. 행여라도 아들이 진실을 알게 될까 한동안 고심하던 그녀가 기자 회견 도중 쓰러지며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다. 그런데 솔직하게 자신을 다 보여주며 선거를 치르던 주상숙의 지지율이 뜻밖에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또 숨어 사는 동안 건강이 더 나빠진 할머니에게 시한부 선고까지 내려진다. 결국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운학마저 주상숙을 떠나 남용성 캠프에 합류하고 궁지에 몰린 상숙이 모든 걸 체념한 채 임종을 앞둔 할머니를 찾아가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마지막 기도를 하던 할머니가 끝내 세상을 떠나시자 공교롭게도 상숙은 이전의 모습을 되찾는다. 하지만 이렇게 물러설 주상숙이 아니다. 불법 촬영 기자에게 찾아가 당 대표와 남용성 그리고 자신이 찍혔던 원본 영상을 희철을 통해 가까스로 입수한다. 그리고 자신의 비리를 폭로한 김 기자에게 찾아간다. 그런데 다음 날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지난밤 불법 촬영 기자가 건네준 파일이 실은 다른 파일과 뒤바뀌어있었던 것이다. 주상숙은 죗값을 치르고 초심으로 돌아가 당당한 모습으로 방송국에 들어선다. 거짓으로 쌓아 올린 자신의 세상을 스스로 무너뜨린 그녀가 이제 다른 꿈에 도전한다. 타락한 정치인들의 민낯을 유쾌하지만 때론 신랄한 풍자로 그려낸 블랙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이다.
원작과 다르게 여성 주인공으로 각색
이 영화의 원작은 브라질 영화이지만 한국 현실을 100% 반영한 각색으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이질감이 하나도 없다. 익숙한 국내 정치 풍경을 반영하며 자녀의 병역 비리, 이중국적, 원정출산 그리고 조기 축구회, 전우회, 종친회 게다가 각종 종교 표심 잡기 등 철저한 자료 조사로 완벽히 현지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 원작과 달리 주인공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었고, 우리나라의 라미란 배우가 주인공 주상숙 역을 너무나 잘 소화했다. 만약 그대로 남자 주인공 설정을 가져왔다면 지금만큼 재미가 없었을 것 같다. 주인공을 여성 의원으로 설정함으로써 가정 코미디가 굉장히 재미있게 그려질 수 있었다. 또한 가부장제가 전복되는 설정으로 웃음을 유발하는데도 성공했다. 보통 남편이 정치를 할 때는 코미디가 형성되기 어려웠다. 늘 봐왔던 아내가 내조하는 뻔한 그림에서는 코미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배우들로 완성한 코미디 영화
라미란 배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과감한 설정 변경이었다. 이 영화는 진짜 라미란 아닌 주상숙은 상상 불가할 정도로 뻔뻔한 정치 9단 주상숙 캐릭터를 완벽하게 완성했다. 코미디 연기의 어려운 점은 감독의 박자감을 이해하는 것인데 영화에서 코미디 연기를 하는 라미란 배우는 감독의 박자감을 자기화시키는 배우였다. 특히 라미란 배우의 코믹 연기가 돋보인 지점은 마음의 소리를 내뱉은 후의 표정이다. 그녀는 표정까지도 과해보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비현실적인 설정도 납득시키는 훌륭한 코미디 연기를 보여줬다. 코미디에서는 받아주는 연기도 중요하다. 영화에서 김무열 배우와 윤경호 배우는 리액션 연기도 돋보였다. 주상숙의 남편 역을 맡은 윤경호 배우는 아내를 향한 열등감을 표현하는 쭈구리 남편 역을 완벽히 소화했다. 보좌관 역을 맡은 김무열 배우도 주상숙의 솔직함을 수습하기 위해 어쩔 줄 몰라하며 반전매력을 뽐냈다. 혼자 하는 것보다 완벽한 팀플레이가 빛난 코미디 영화였다.
하지만 정치 풍자 코미디의 맹점도 분명히 존재했다. 자칫 정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인은 다 거짓말쟁이라는 메시지가 통쾌할 순 있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는 걸 알아야 한다. 정치 풍자물을 통해 정치 현실과 마주한 우리가 할 일은 대부분이 거짓말쟁이인 현실이지만 그 속에서 국민의 권리를 대변할 진실된 정치인을 찾는 것이다. 웃음을 넘은 풍자의 의미까지 고려한다면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200% 더 잘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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