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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 완벽한 타인 서로 상처만 주게 된 저녁식사

by 행복한뚜지 2023.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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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 포스터

 

 

서로 상처만 주게 된 저녁식사

예진(김지수)은 딸과 갈등이 생겼다. 남편 석호(조진웅)는 그런 아내를 달래며 집들이 준비를 마저 한다. 그렇게 석호의 집으로 석호의 친구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태수(유해진)와 준모(이서진) 모두 어렸을 적 고향 친구들이다. 늦는 영배(윤경호)를 험담하면서 기다리는데 영배만 파트너 없이 혼자 들어온다. 고향에서 사 온 옥수수가루로 만든 술빵을 먹으며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친구 얘기를 하다가 자연스레 남자들은 그들끼리만 비밀을 간직한 것이 들켜버린다. 모두가 비밀이 없다는 자신감에 한 가지 게임을 시작하기로 한다. 저녁 먹는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모든 알림 내용을 다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시간이 흘러 태수는 영배를 따로 부른다.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고 하니 휴대폰을 바꾸자는 것이다. 한편 10시가 되자 태수가 바꿔치기했던 영배의 전화에 의문의 메시지가 온다. 이번엔 세경(송하윤)의 전화에 전 남자 친구의 메시지가 오고 준모가 화를 낸다. 하여간 이번에도 어찌 됐거나 전화로 무사히 오해를 풀게 된다. 영배 것이었던 태수의 전화에 한 남자의 전화가 걸려오고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의미심장한 말들에 태수의 아내 수현(염정아)이 큰 충격을 받는다. 결국 여자들과 남자들은 서로 떨어지고 거기에 더해 준모의 레스토랑 매니저의 전화가 울리고 숨겨진 준모의 충격적인 소식이 만천하에 공개된다. 서로를 향한 오해와 변명이 줄줄이 이어지고 누가 잘못했다 가릴 것도 없이 서로 상처만 주게 된다. 저녁 시간 동안 한번 재밌는 놀이를 하려 했던 그들의 모임도 이렇게 끝이 나는 듯싶다. 그런데 모임을 끝나고 나오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화목해 보인다. 지금까지 모든 상황들은 전부 가정이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지금 이 결말이 가정일 수 있다. 중요한 건 어쨌든 그게 아니다. 나는, 여러분은,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타인일까?

 

공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보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재미있는 이야기와 좋은 연출 그리고 배우가 만나면 작은 규모의 영화도 충분히 흥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갑자기 죽는다면 가장 걱정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의 휴대폰이나 컴퓨터가 공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제일 크다고 말한다. 나 또한 굉장히 공감이 간다. 특별히 내 컴퓨터에 음란물이 있거나 그런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휴대폰이나 컴퓨터가 공개되는 것이 두려운 이유는 마치 요즘 시대의 휴대폰은 뇌의 외장하드와도 같기 때문이다. 나의 모든 정보가 고스란히 백업되어 있는데, 이게 누군가에게 노출된다는 생각을 했을 때 굉장한 공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용과 상관없이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실제로 영화 '완벽한 타인'의 제작진 중 20대 초반의 미술 스태프들이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영화 속 게임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15분 만에 모임이 완전 초토화가 되었다고 한다. 현실에서도 영화와 같이 게임의 끝은 결국 파국이었다. 역시 절대 하면 안 되는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재규 감독의 연출과 시각

이재규 감독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은 현장감이라고 말한다. 원래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 싸움 구경이라는 말이 있다. 이재규 감독의 연출 의도 또한 영화 속 배우들의 막장 싸움을 관객들도 마치 현장 바로 앞에서 지켜보는 느낌을 받기를 원했다고 한다. 덕분에 관객들은 이곳에 함께 있는 듯한 현실감을 받으며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작위적인 카메라 워킹은 최소화했다고 한다. 공간을 작게 잡은 것도 마음의 거리와 실제 공간의 물리적 거리가 같음을 이용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이 영화는 관객이 눈치채지 못하는 영화적인 요소가 많은 영화이다. 보통 감독에게는 8명 이상의 단체 식사 신이 제일 연출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공간은 하나인데 앵글은 수십 개이며 촬영 구도를 잡는 것만 해도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서 이재규 감독이 탁월한 연출을 선택하고 적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영화에서 마지막까지 이야기의 키를 쥔 인물은 영배였다. '영배'라는 캐릭터가 없었으면 영화가 많이 심심했을 것 같다. 영배의 대사들이 이 영화의 핵심적인 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사람의 본성은 월식 같아서 잠깐은 꾸며낼 수 있지만 금방 드러나게 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재규 감독은 영배라는 사람이 극 중에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성소수자 이미지의 편견을 깰 수 있는 사람으로서 운동 잘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연기력은 평범하지 않은 배우를 원했다고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조건들에 가장 조합했던 배우가 윤경호 배우라고 말한다. 윤경호 배우의 캐스팅은 이전까지 대부분의 한국 영화나 드라마 속 성소수자 캐릭터들이 비현실적으로 표현되거나 과장되거나 희화화되어 표현되었던 것처럼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이미지를 과감하게 탈피했던 탁월한 캐스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찾으려는 이재규 감독의 시각이 좋았다. 

 

완벽하게 깨끗한 사람은 없다

영화를 보고 나서 단순히 영화 속 게임을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기보다 결혼 자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영화 속 모든 커플이 다 비극을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양면성이 다 있다. 어느 날은 서로 죽일 듯이 싸우다가도 어느 날은 또 사이좋은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너무 안 좋은 면만 보고 섣부르게 비혼주의로 마음을 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영화의 후반부 등장하는 반지가 식탁 위에서 돌아가며 영화는 180도 변하는 이야기로 다시 그려진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모든 인물들이 화목하게 식사 자리를 나오는 장면에서 자연스레 도대체 무엇이 현실인지 의문이 들었다. 이것이 원작과의 차이점이다. 영화는 열린 결말을 선택했다. 비현실적인 상황으로 이야기가 전환되며 영화에서 반지가 돌고 난 후가 현실임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영화는 일상으로 돌아간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마무리된다. 완벽하게 깨끗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문제를 안고 사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마지막 자막으로 등장하는 메시지가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살아간다. 공적인 하나, 개인적인 하나, 그리고 비밀의 하나. 이 메시지가 주는 의미는 영화 속 인물들이 비판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다 이렇게 살아간다. 우리는 전부 좋은 부분과 또 모순적인 다른 부분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영화 속 캐릭터들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는 선과 악의 양면이 공존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람이라는 것이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타인에게 비치는 나를 그려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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