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으로 돌아간 욕쟁이 할머니
욕쟁이 칠순 할머니 오말순(나문희)은 아들 자랑이 유일한 낙이다. 어느 날, 가족들이 자신을 요양병원으로 보내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뒤숭숭한 말순은 밤거리를 헤매다 오묘한 불빛에 이끌려 '청춘 사진관'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곱게 꾸미고 영정사진을 찍기 위해 의자에 앉아 있는 말순에게 사진사는 자기가 50년은 젊어 보이게 해 준다고 말한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나온 말순은 어쩐지 느닷없이 발휘된 초능력으로 빠르게 달려가 놓칠 뻔한 버스를 간신히 잡아탄다. 그런 그녀에게 동네 양아치가 껄떡거린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우리가 보고 있는 건 늙은 말순이 아니라 젊은 말순이다. 말투며 하는 행동이며 모든 것이 말순이가 맞긴 맞는데, 말순도 어려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고 만다. 정신을 차리고 돌아와 보니 사진관은 이미 없어져버린 상황이다.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고 말순은 찜질방에서 하루를 보낸다. 대신 이곳에서 건강하고 유연한 몸을 마음껏 자랑해 본다. 한편 새로운 공개 무대 장소를 찾는 음악방송 PD 승우(이진욱)는 공원 옆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오두리(심은경)의 노래를 듣고 반하게 된다. 그 노래에 반한 건 밴드를 하고 있는 손주 지하(진영)도 마찬가지였다. 오두리는 젊어진 말순이 오드리 헵번처럼 뽀얀 피부에 날렵한 몸매를 가지게 되면서 사용하게 된 이름이다. 두리는 그녀가 좋아하던 고전가요를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 한편 동료들과 물놀이를 갔다 두리는 상처를 입게 되는데 상처를 입은 자리만이 다시 원래의 나이로 노화가 찾아온다. 그렇게 '반지하 밴드'의 큰 공연이 다가오고 말순의 손자 지하는 막히는 교통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오다 그만 교통사고를 당하고 만다. 공연을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와 보니 지하의 수혈이 급한 상황이다. 지하와 혈액형이 같은 할머니 말순의 수혈이 필요한 순간이다. 말순의 아들 반현철(성동일)은 두리가 사실 젊은 말순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현철은 한 번 더 새로운 인생을 얻게 된 엄마에게 이제는 떠나도 좋다고 말한다. 아들의 진심을 알았지만 떠날 수 없던 말순은 이렇게 말한다. 다시 태어나도 하나도 다름없이 똑같이 살 거라고, 그래야 내가 네 엄마고 네가 내 자식일 테니까 하고 말이다. 그렇게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말순은 손주들의 공연을 응원하며 꿈만 같았던 일상에서 현재로 돌아왔다. 그렇게 모든 것이 다시 원상 복귀되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 박 씨는 그 사진관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다시 한번 젊음을 얻게 된 박 씨는 과연 말순과 해피엔딩을 맞았을까? 누구에게나 한 번쯤 생각해봤던 인생을 다시 한번 살아볼 기회가 생긴다면 과연 우리는 똑같은 인생을 살게 될까.
심은경 배우와 나문희 배우의 연기
영화는 첫 장면부터 노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이야기하며 현실에서의 심각한 노인 혐오 문제를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요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그런 현실을 뒤집어 판타지로 바꾸어 보여주는 설정들이 좋았다. 세대를 넘나드는 캐릭터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그런 설정들이 부자연스럽지 않게 잘 연출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복도에서 엄마의 정체를 알게 된 아들 현철과 젊어진 말순의 대화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던 이 장면은 실제로 심은경 배우가 출연을 결심하게 된 장면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심은경 배우는 구수한 사투리를 능청스럽게 표현하고 특별한 분장 없이 연기만으로 70대 노인을 완벽하게 표현한다. 이 연기를 위해 심은경 배우는 나문희 배우의 촬영본을 메일로 받아서 공부하고 또 실제로 촬영할 때 나문희 배우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계속 연구했다. 대본에서 나문희 배우의 말투가 서울말과 전라도 사투리가 섞여있다는 걸 깨닫고 그 배우의 말투를 그대로 연구해서 캐릭터를 완성했다고 한다. 나문희 배우의 연기는 친근한 매력을 뽐내기에 충분했다. 영화에서 실제로 많은 장면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존재감이 있다. 심은경 배우가 연기하고 있어도 그 속에 나문희 배우가 느껴지는 마법이 있다. 나문희 배우가 인터뷰에서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먼저 마음에 들었고, 한 번쯤 본인도 스무 살이 되어 마음껏 뛰어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 영화 덕분에 실현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리고 현재 내 나이를 연기했기 때문에 말순은 나 자체였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영화의 인기 비결
세계 각국에서 리메이크된 '수상한 그녀'는 중국, 베트남,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까지 세계 최초로 8개 국어로 제작된 영화이다. 영화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70대 오말순이 20대 오두리로 젊어지는 설정이 관객으로 하여금 어느 날 갑자기 내 나이가 달라진다면 생각해볼 수 있는 남녀노소 모두 이입할 수 있는 소재였던 것 같다. 또 영화에서 두리가 리메이크해서 불렀던 노래들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노래였다.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신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선사하면서 전 세대의 감성을 자극했던 것이 좋았다. 민규동 감독은 '단순히 노인이 못다 한 꿈을 이룬다'는 개념을 넘어서 분열의 위기에 처한 말순네 가족 구성원들이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이입 하게 되는 현실적인 인물들이었기에 관객들을 더 모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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