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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 올빼미 거짓말로 가득한 세상을 바꾸다

by 행복한뚜지 2022.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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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포스터

 

거짓말로 가득한 세상 속 올빼미

영화에는 시종일관 거짓말이 나온다. 거짓말로 가득한 세상은 어둡다. 그 어두운 가운데 두 올빼미가 있다. 하나는 '천경수'이고, 다른 하나는 '소현세자'이다. 주맹증 환자인 천경수는 어두운 곳에서 흐릿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물리적인 차원에서 올빼미라고 할 수 있고, 소현세자는 가짜가 판치는 어두운 세상에서 적어도 이 영화에선 앞길을 내다보기 때문에 관념적인 차원에서 올빼미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천경수는 세상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살기 위해서 거짓말을 일삼지만 의료에 관해서는 거짓과 타협을 하지 않는다. 영화 초반 고기를 몰래 빼돌리는 푸줏간 주인은 넘어가고 그 직전에 다른 의원들이 실을 가지고 하는 거짓 진료는 참지 못한 채 대놓고 꼬집는 그런 대조를 통해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의료만큼 그가 진실되게 대하는 것은 유일한 가족, 동생 경재를 향한 사랑이다. 그런 그에게 소현세자는 확대경을 건네주며 "안 보고 사는 게 몸에 좋다고 해서 눈을 감고 살면 되겠는가? 그럴수록 눈을 더 크게 뜨고 살아야지"라고 말을 한다. 원손과 경재의 공통점(비슷한 나이)으로 이 두 사람의 유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다만 세상이 앞을 보는 소경을 좋아하지 않듯 인조 역시 앞을 보는 아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곧이어 소현세자는 이형익의 손에 죽고 이 사건은 사람을 치료하는 일만큼은 예외가 있는 천경수에게 불을 지핀다. 나중에 가서 알게 되지만 음모의 중심에 인조가 있어서 주저하기도 하지만 원손을 통해 마음을 고쳐 잡고 부조리에 맞서기로 결심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람을 치료하는 사람이 이젠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세상을 바꾸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플래시 포워드 오프닝

영화가 시작하면 소현세자의 죽음을 설명하는 인조실록이 먼저 나오고 그다음 주인공이 누군가를 안고 정신없이 뛰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주인공의 시점으로 1장이 시작한다. 영화를 맨 처음 봤을 땐 오프닝에서 그가 왜 뛰는지, 안고 있는 사람은 누군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영문을 도통 알 수는 없지만 나중에 가면 인조실록의 문구는 영화의 중간점이고 주인공이 원손을 안고 달리는 장면은 영화의 최종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가 애초에 나중을 미리 스포 해서 보여주고 시작하는 그런 셈이다. 왜 그런지 이유를 좀 생각을 해봤다. 이렇게 오프닝에 스포부터 하고 보는, 즉 '플래시 포워드' 기법을 쓰는 다른 영화들은 어떤 것이 있었을까? 단박에 생각나는 작품은 아무래도 마틴 스콜세지의 여러 영화들 그 가운데 '좋은 친구들', '카지노',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꼽을 수 있겠다. '좋은 친구들'은 레이 리오타가 누군가를 묻어버리며 시작하고 '카지노'는 다짜고짜 로버트 드 니로의 차가 터지며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선 디카프리오가 이미 백만장자가 된 시점부터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이것이 주인공의 한 인생을 다루는 좀 전기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에 길고 긴 이야기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압축하기 위한 그런 장치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니까 관객들에게 미리 흥미를 돋우는 그런 역할인 것이다. 그걸 뒷받침하듯 종종 내레이션이 치고 들어오며 리듬을 다잡기 위해 편집에, 특히 배경음에 신경 쓰는 그런 인상이 짙기도 하다. 그런데 '올빼미'는 전기 영화도 아니고 이야기의 시간은 한 달 남짓이며 그것도 그중 한 이틀 정도에만 모멘텀이 쏠려있다. 그렇다면 '올빼미'는 왜 영화의 최종 장부터 보여주며 시작을 하는 것일까? 그런 점에서 다시 떠오른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였다. '마더'의 그 유명한 춤사위 오프닝은 영화 후반부 어떤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나는 그 시점이다. 영화를 처음 볼 땐 김혜자가 왜 들판에서 춤을 추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조금 흥미가 생기고 감독이 이유를 말해줄 것 같기는 하며 본편에 들어서면 주인공을 따라가면서 진실을 하나하나 마주하고 마지막에 가서 그 수수께끼가 풀릴 거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 진실은 불편한 진실이며 기대했던 것들이 무너지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들이 긴 시간대를 위해서 '플래시 포워드' 오프닝을 썼다면 '마더'에선 긴 시간대 대신 배후에 깔린 그만큼 거대한 음모를 암시하고 기대를 저버리며 모순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올빼미'의 오프닝도 맥락이 비슷하다. 앞으로 일어날 긴박할 상황을 미리 암시를 하지만 기대를 저버리고 결국 원손은 죽으며 우리는 인조와 최대감의 대화를 통해서 비참한 부조리를 마주한다. 오프닝과 최종장에서 반복되며 충격을 배가시키는 이 장면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진실과 거짓 모티프를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이야기의 긴장감까지 제대로 잡는다. 무엇보다 '묘시'라는 자막이 뜨며 날이 밝는데 앞이 보이지 않는 천경수의 설정이 여기서 드러나는 부조리와 맞닿아 이 영화 '올빼미'만이 표현할 수 있는 묘한 감정으로 안타까움이 커지기만 했다.

 

아쉬운 결말이지만 만족하는 영화

그런 점에서 결말이 조금 아쉽다. 4년이 지나고 천경수가 인조에게 침을 놓으며 끝나는 그 장면 말이다. 천경수가 참수형에서 벗어나는 장면도 사실 영화적 허용이 많이 들어간 걸로 보인다. 이걸 차치해도 4년 뒤 장면은 영화가 초지일관 밀어붙이던 그 올빼미로서 천경수의 모습이 아니다. 거짓으로 가득해 어둡기만 했던 세상이 결말에서 갑자기 천경수에게 너무 쉽게 길을 내어준다. 이럴 거면 인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쓸쓸히 죽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 인조라지만 왕이 죽었는데 의원이 유유히 빠져나오는 모습은 천경수가 아니라 그냥 류준열 배우가 나오는 것 같았다. B 컷이 잘못 들어갔나? 싶은 그런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배드 엔딩은 흥행에 유리하지 않으니까 스튜디오가 무리해서 끼워 넣은 결말로 짐작을 할 수 있지만 결말이 너무 동떨어지는 점은 아무래도 상당히 아쉬운 그런 지점이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스릴러로 치고 나가는 힘에 의존하는 그런 플롯이지만, 일부 장면에선 인물의 동기가 조금 생략됐다는 느낌이 있었다. 대부분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해도 '강빈'은 너무 쉽게 소모된 듯한 아쉬움이 있다. 천경수가 이형익을 고발하는 밀서를 강빈의 방에 몰래 올려놓는데, 강빈은 천경수를 발견하고 허벅지의 상처를 보고는 범인이라고 의심을 한다. 남편을 죽인 용의자가 눈앞에 있는데, 천경수가 바로 확대경을 내보이며 사정을 설명하니까 곧바로 그를 믿고 바로 왕을 찾아간다는 지점에선 영화적인 편의주의가 느껴졌다. 곧이어 왕의 처소에선 "침을 흘려? 칠칠치 못하게"라는 인조의 말을 들은 경수가 왕이 범인임을 눈치를 채고 강빈에게 신호를 보내는데 여기서도 처음에는 잘 모르다가 천경수의 신호를 받고는 왕이 범인임을 눈치챈다. 소현세자와 그 누구보다 유대가 강했을 캐릭터가 이 강빈이기 때문에 천경수를 의심하고 믿고 하는 과정이 좀 더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부분도 왠지 러닝타임을 고려한 타협점인 듯싶어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긴 한다. 그래도 영화를 재밌게 봤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하다. 올해 한국 영화는 '헤어질 결심'을 가장 재밌게 보고 '범죄 도시 2', '헌트' 이렇게 두 작품을 상당히 만족하여 봤는데, 이번에 본 '올빼미'도 여기에 포함시켰다. '올빼미'라는 제목에 맞게 진실과 거짓 모티프를 철저히 지켜서 주제의식을 살린 점도 좋지만 소현세자의 충격적인 죽음을 중심축에 놓고 앞뒤로 흡입력 있게 치고 나가면서 그냥 영화 이야기 자체가 재밌어서 상당히 만족했다. 앞으로도 감독님의 새로운 영화를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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