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

영화 헤어질 결심 세련되고 매혹적인 사랑 이야기

by 행복한뚜지 2022. 12. 5.
반응형

헤어질 결심

 

박찬욱의 시각으로 그려진 세련된 사랑

한국의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 '박쥐(2009)' 그리고 '아가씨(2016)'와 같은 과거 수상작들은 본능적인 에로티시즘과 폭력의 지루한 세부사항으로 악명이 높다. '복수는 나의 것(2002)'과 '친절한 금자씨(2005)'를 포함한 그의 비평적으로 호평을 받은 작품들 대부분은 높은 수준의 폭력과 섹스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로맨스 스릴러 '헤어질 결심'에서 감독은 그런 섬뜩하고 잔인한 장면을 자제했다. 대신 남녀의 무의식적 순간에서 드러나는 관능적이고 로맨틱한 감정과 위험을 정교하게 묘사하는 데 더 집중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1992년 에로 스릴러 영화 '원초적 본능'처럼 남자 경찰관과 매력적인 여성 용의자의 금단의 사랑을 담은 친숙하고 흔한 신암흑가 소설 영화인 것 같다. 그러나 138분짜리 이 영화는 그런 많은 사랑 이야기들이 하는 전형적인 줄거리 장치를 사용하지 않는다. 두 주인공이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배우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이, 거부할 수 없는 열애에 더 많은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더 집중한다. 시청자들은 처음부터 서래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서래와 해준의 감정, 그리고 그들이 내리는 결정을 이해하게 된다. 영화 전체를 뒤덮은 안개와 안개가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분위기와 파도와 바람의 생생한 소리는 폭력과 성애라는 감독 특유의 짜릿한 장면을 효과적으로 대체한다. 복합적이고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탁월한 스크린 케미를 보여준 두 주연 배우의 절제된 연기와 영화 특유의 톤이 잘 어울린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은 쉬운 유머와 입을 여는 스타일리시한 미장센으로 그의 새로운 타이틀을 만드는 데 실패하지 않는다.

 

매혹적인 주인공과 신비감이 감도는 영화

해준(박해일)은 냉혹한 사건에 대한 집착과 근면으로 잘 알려진 엘리트 형사이다. 어느 날 한 중년 남성이 산 절벽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고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 같다. 하지만 노인 간호사인 중국인 아내 서래(탕웨이)의 반응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 남편의 죽음에 대해 슬픔을 드러내지 않고 이를 이야기할 때 미소까지 지으며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형사는 서래를 살인 혐의로 기소할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 위해 수사를 계속하고 잠복근무를 계속한다. 그러나 잠복근무와 대면조사가 끝난 후 해준은 오히려 신비롭지만 조용하고 우아한 여성의 태도와 어색할 정도로 형식적인 한국어 구사 방식에 매료된다. 해준은 서래의 살인 혐의를 벗기려 하지만 그 여자가 그의 직업적인 눈을 가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심지어 그의 가장 가까운 동료 중 한 명은 그가 용의자에게 너무 많은 호의를 보이고 있고 수사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해준은 자신의 아내가 일하는 새로운 도시로 이사한다. 하지만 해준은 그곳에서 서래와 그녀의 새 남편을 우연히 만난다. 그는 그녀가 가까이에 있는 것에 무력감을 느낀다. 박찬욱 감독은 1960년대 스웨덴의 형사 소설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참고했다고 밝힌 바가 있다. 다소 평범한 외모를 가진 마틴 벡은 아주 우수한 범죄 수사관으로서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지속적으로 승진하고 세련된 업무 능력 및 의사소통 능력이 있음에도 가족관계는 수사처럼 민첩하지 못하고 불행하고 차가우면서도 쓴맛 나는 결혼생활을 하고 10대 자녀들이 있으며, 담배를 끊었고 이런 인간이 범죄 수사에만큼은 진지하게 임한다는 훗날 경찰 소설의 레퍼런스가 될 정도로 이 영화의 형사 해준과 거의 동일한 캐릭터 설계를 갖고 있다. 해준은 용의자를 친절하게 대하고 립밤, 핸드크림, 인공눈물 등 생필품을 넣는 주머니를 따로 제작한 젠틀한 테일러드슈트에 블랙 스니커즈를 신고 칼을 든 범인에겐 방검 장갑을 끼고 맞붙는 타입이다. 여러모로 스타일이 꼿꼿하다. 이 꼿꼿하단 말의 의미는 영화 후반엔 다소 다르게 들리지만 말이다. 서래가 처음 해준의 집으로 가 중국어 책을 펼쳐보기 직전 '마르틴 베크' 책이 살짝 보인다. 가장 위엔 세 번째 작품인 '발코니에 선 남자'가 있다. 해준은 '마르틴 베크' 책을 사서 읽었고 그 영향을 받았음도 알 수 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페르 발뢰와 마이 셰발이라는 2인조 부부 작가가 썼다. 처음에 줄거리를 30장 정도의 구성으로 만든 뒤 각자 생각한 아이디어에 뼈대를 끄적이고 그걸 상호 교환해 상대가 만든 뼈대에 살을 붙이면서 작품 전체를 파악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기에 끝까지 연결점이 잘 보이지 않고 어디로 갈지 모를 것 같은 신비감이 감도는 건 이 영화와 같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