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의 복수극
분위기로 보나 헤어스타일로 보나 건달이 분명한 이 남자(이병헌)는 복수극을 준비하고 있다. 분위기나 말투로 봐서는 영락없이 이쪽(조승우)도 건달인데, 사실은 검사인 이 남자는 출세를 원하고 있다. 이 둘이 모텔방에서 서로의 방귀 소리를 들으며 의기투합을 한 사연은 이렇다. 다음 대선의 강력한 대선후보인 '장필우'가 대기업 '미래 자동차'로부터 엄청난 액수의 비자금을 받아 챙겼다는 증거가 담긴 파일이 존재했다. 검사인 '우장훈'은 이 파일을 받아서 수사에 착수하려 했으나 '미래 자동차' 측에서 고용된 정치 깡패 '안상구'가 중간에서 이 파일을 가로채 버렸다. 덕분에 우장훈 검사는 수사에 착수하는데 실패했다. 정치 깡패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뒷골목의 해결사로 잘 나가던 안상구는 자신이 훔친 파일에 담긴 게 온 나라를 발칵 뒤집을만한 엄청난 증거임을 알게 된다. 보험 든다는 심정으로 자기를 키워준 20년 지기 형님이자 언론계의 큰손인 '이강희' 논설주간에게 이 파일을 맡긴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미래 자동차' 측에 이 사실이 발각돼 버리고 안상구는 오른손이 잘리는 끔찍한 고문을 당하게 된다. 하루아침에 회장님 소리를 듣던 잘 나가던 깡패 두목에서 나이트클럽 화장실이나 관리하는 처지가 되면서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된다. 한편, 중요한 증거를 눈앞에서 놓치고 계속해서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던 우장훈 검사는 이 비자금 사건의 중요한 용의자를 심문한다. 그런데 용의자가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보더니 곧 투신을 해버리고 만다. 신문에서는 과잉 수사로 인한 투신으로 몰아가고 안 그래도 자신을 이끌어줄 인맥이 없어 서럽던 차에 이 사건으로 인생 역전을 해보려 했으나 눈앞에서 증거를 놓치고 중요한 용의자는 투신을 해버리는 등 계속 수사는 꼬여만 간다. 이제는 검찰 내에서의 입지까지 위험해진 우장훈 검사는 끈질긴 수사 끝에 안상구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이 남자가 '미래 자동차'와 장필우를 대상으로 복수극을 기획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이 이런 민망한 장소인 모텔방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내부자들이 되고 싶었으나 결국 실패하고 떨어져 나가 두 사람은 뒤집기 한 판을 시도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내부자들인 정치, 언론, 재벌의 삼각 카르텔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결국 안상구가 감옥에 갈 각오까지 하고 이 모든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했으나 이들의 대응은 너무나 침착하고 전혀 동요가 없다. 결국 영화 '내부자들'은 영화적인 상상력을 통해 복수극이 성공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똑같이 더러운 걸 묻힌 내부자가 되어야만 이들의 진짜 모습을 고발할 수 있다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우리에게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조금씩이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그렇게 믿고 싶은 우리 사회가 항상 경계하고 감시해야 할 내부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내부자들'의 줄거리는 여기까지이다.
영화의 첫 장면이 주는 메시지
영화의 첫 장면은 매우 중요하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감독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는 공간이며 영화의 방향성, 혹은 전반적인 설정의 함축적 공간이 바로 첫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도 첫 장면은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비리 고발 사건으로 자신을 인터뷰하러 온 기자 앞에서 안상구는 잭 니콜슨이 연기한 '차이나 타운' 이야기를 한다. 뜬금없는 이야기 끝에 안상구는 영화 속에서 코가 다친 잭 니콜슨의 이야기를 자신에게로 투영시킨다. 자신의 잃은 손을 보여주는 이 충격적인 첫 장면을 통해 감독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라고 보인다. 첫째는 지금부터 시작되는 이야기가 어디까지나 영화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영화 같은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영화의 마지막에 우민호 감독은 본 영화는 사실과 전혀 무관한 창작임을 밝힌다는 자막을 넣는다. 두 번째는 영화 속 현실에서 안상구가 겪은 일이 영화와 같았듯 우리 사회도 영화 '내부자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실제 영화 속에선 영화라고 믿기 힘들 만큼 우리 사회와 밀접한 설정들이 등장한다. 새누리당을 연상시키는 '신정당', 현대자동차를 연상시키는 '미래 자동차', 조선일보를 연상시키는 '조국일보'까지 정치, 경제, 언론 등 여러 사회 요소들이 우리 현실과 많이 닮아 있다. 더불어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각종 비리와 암투, 성 접대 등의 이야기는 실제 우리의 현실에서도 빈번하게 이슈화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영화일 뿐이지만 현실에 닿아있다는 이러한 메시지를 우민호 감독은 '차이나 타운' 이야기, '대부'의 오마주 등을 통해 재치 있게 표현하고 있다. 참으로 인상 깊은 영화의 첫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의 타락, 대중에게 보내는 메시지
영화가 개봉하고 수 년의 시간이 흘렀다. 영화 '내부자들'은 우리에게 큰 경각심을 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대중들은 정치와 사회에 무관심한 편이다. 뉴스 기사 한 줄에, 앵커의 목소리에 우리는 여전히 흔들리며 심지어는 그런 목소리조차 남의 일로 치부해버리는 사람도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먹고살기 어렵다는 핑계로 우리는 사회에 민첩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하긴 나조차 선거철을 제외하곤 뉴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아마 나와 같은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뉴스에 민감한 정치인, 경제인, 언론인 등 사회 주요층의 입장에서 영화 속 '민중은 개, 돼지'라는 대사가 괜히 등장한 게 아닐 것이다. 우리 현실의 한 공무원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것도 역시 우연은 아니다. 그리고 그랬던 사람이 얼굴을 들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현실을 만든 건 우리의 무관심 덕일 지도 모른다. 영화 속 '이강희'는 자신의 언론 공작을 두고 영화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익히 알고 있듯이 영화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즉 이강희에게 세상은 자신이 연필로 써 내려가는 원고지 속 소설과 같은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기사로 써내며 해장국이나 먹으러 가자는 그의 모습은 언론이 권력과 타협할 때, 그리고 우리가 그들에게 소홀할 때 얼마나 무서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장면일 것이다. 영화 '내부자들' 속 이강희라는 캐릭터는 우리 사회를 풍자하는 캐릭터임과 동시에 감독이 우리에게 겨눈 날카로운 칼날과 같은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그의 대사들은 단순히 언론의 타락을 빗대는 말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일 수도 있다. 언론이 권력의 시녀가 되지 못하도록 우리가 끊임없이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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