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살고 싶었던 금자씨의 복수와 속죄
젊은 시절 이금자(이영애)는 6살 아이 '원모'를 살해하고 13년간 복역을 하게 된다. 교도소 안에서 회개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며 결국 출소를 하게 된다. 한 전도사(김병옥)가 출소하고 나오는 금자에게 다시는 죄짓지 말라는 뜻으로 하얀 두부 먹기를 권하는데, 이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두부 케이크와 수미상관을 이루는 장면이다. 두부를 내팽개친 금자의 첫 번째 말은 "너나 잘하세요"이다. 이 대사는 영화를 안 본 사람들도 모두 알 만큼 유명한 대사이다. 그리고 대사에 이어 흘러나오는 음악 역시 유명한데, 조영욱 음악감독이 작업한 음악이다. 금자의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영향을 준 바로크 음악으로, 새로 작곡한 곡들도 전부 바로크 풍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출소한 금자는 수감 시절 동료들을 찾아간다. 자신보다 먼저 출소하는 죄수들에게 친절을 베풀어 마음의 빚을 지게 한 후 자신이 출소하면 갚게 한 것이다. 금자는 총기 강도였던 죄수들에게 사제 총 주문 제작을, 다른 동료에게는 손잡이에 붙일 은 조각을 부탁하기도 한다. 왜 이렇게 눈만 시뻘겋게 칠하고 다니냐는 동료의 물음에 금자는 '친절해 보일까 봐'라고 대답한다. 그렇게 그녀만의 특별한 무기가 완성된다. 대체 그녀의 계획은 무엇일까. 사실 금자는 아이를 죽인 적이 없다. 금자는 어린 시절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됐고, 알고 보니 오갈 데 없어 의탁하며 지냈었던 백 선생이 유괴범이었던 것이다. 금자는 백 선생이 사고를 저지른 후 자신의 딸을 볼모로 삼자 대신 자수하여 감옥에 간 것이었다. 그리고 금자가 복수의 대상인 백 선생을 힘들여 찾을 필요가 없었던 이유는 백 선생의 아내조차 바로 교도소 동료였기 때문이다. 마녀로 불린 악질 죄수를 오랜 시간 공들여 백 선생 역시 잡게 된다. 그렇게 백 선생에게 기다려 온 복수를 앞두고 금자는 딸에게 엄마로서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제 복수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는데 금자는 망설인다. 그때 백 선생의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 알람이 울리는데, 그의 전화에 달려있는 액세서리가 어쩐지 심상치 않다. 그는 연쇄 유아 살인범이었던 것이다. 금자는 백 선생의 집에서 다른 피해자들의 증거를 찾아내고, 피해자들의 부모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으게 된다. 그리고는 백 선생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들을 모두에게 공개한다. 백 선생의 처분을 놓고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다른 공간에서 백 선생도 이 이야기를 모두 듣고 있다. 결국 모두가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그에게 복수를 하기로 한다. 피해자들의 부모들은 모두 번호표를 뽑아 순서대로 백 선생을 처형하는데, 이 장면은 굉장히 파격적인 장면이다. 그렇게 모두의 복수는 차갑게 그리고 차분하게 마무리된다. 마지막으로 금자가 총을 두 번 쏘고 백 선생은 땅에 묻힌다. 모든 일이 끝난 금자는 그제야 먹지 않았던 하얀 두부 케이크를 먹으며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 다짐한다. 금자는 그토록 오래 기다려 복수에 성공했으나 구원은 받지 못하고 오히려 또 다른 죄의식이 그녀를 잠식했을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천사였고 누군가에게는 마녀였던 금자의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우아한 복수극, 영화 '친절한 금자씨' 이야기는 여기까지이다.
전무후무한 캐릭터 금자씨 탄생 비화
시뻘건 섀도우를 칠한 전무후무한 캐릭터 금자씨는 박찬욱 감독이 정서경 작가와 함께 이야기하다가 탄생했다. 박 감독은 TV 뉴스에서 1990년대 한 아이가 유괴 후 살해된 사건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알고 보니 그 사건의 범인은 임신한 여성이었다. 어떤 사연으로 아이를 가진 여성이 다른 아이를 유괴하고 살해했을까, 범인이 감옥 안에서 출산했을 텐데 범인의 아이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 하는 의문들을 정서경 작가와 함께 이야기 나누다가 탄생한 시나리오가 영화 '친절한 금자씨'이다. 보통 사람들이 임신한 여성은 약하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보편적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서경 작가는 임신한 여성이 오히려 굉장히 사나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성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서 임산부도 가해자로 돌변할 수 있다는 관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말한다. 또한 금자씨 역할에 캐스팅된 이영애 배우 역시 화제였는데, 이영애 배우는 당시 드라마 대장금 열풍 이후 착하고 야무진 '장금이'로 국민들에게 각인이 된 상태였다. 정서경 작가는 '친절한 금자씨'를 촬영할 때 이영애 배우가 그 대장금 이미지를 파괴하는 것에 스스로 굉장히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한다. 박찬욱 감독 역시 촬영할 때 이영애 배우가 머뭇거린다거나 주저하기는커녕 앞장서서 금자 배역을 잘 소화했다고 의견을 모은다. 특히 영화에서 백 선생이 기절해 있을 때 금자가 분풀이는 하고 싶으나 당장 죽일 수는 없기에 가위로 백 선생의 머리카락을 마구잡이로 자르는 장면은 백 선생을 연기한 최민식 배우가 지금까지도 자신의 연기 생활 중 가장 무서운 순간이었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금자의 활약이 드러나는 또 다른 장면은 백 선생을 의자에 묶어놓고 때리는 장면인데, 금자가 의자를 넘어트리고 역시나 마구잡이로 발길질을 하는 장면이다. 최민식 배우는 이 때도 진짜 아팠다고 한다.
금자씨의 명대사 '너나 잘하세요'
'친절한 금자씨'에서 빠질 수 없는 명대사 '너나 잘하세요' 대사의 탄생 비화도 재미있다. 박찬욱 감독이 실제 겪었던 일로 박 감독이 직접 했던 대사였다. 박 감독이 무명 감독이던 시절, 영화사에 시나리오를 주면 거절만 당하던 때, 아는 사람이 시나리오를 이렇게 쓰면 안 된다며 충고를 하길래 박 감독 본인이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정서경 작가는 영화의 시나리오에서 사실 그 장면에 들어가는 대사가 오랫동안 빈자리로 남았던 부분으로 뭔가 결정적인 대사를 해야 할 것 같았다고 한다. 정 작가의 장고 끝에 박 감독의 경험 속 순간 욱해서 튀어나온 한마디가 영화 속 명대사로 재탄생한 것이다.
영화에서 백 선생이 유괴해서 아이를 죽인 이유가 너무 허무하고 화가 나는데, 이 역시 박찬욱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백 선생은 돈이 필요했고, 그 돈은 요트를 사기 위한 돈이었다. 정서경 작가는 백 선생이 혼자 살고 애도 없는데 무슨 돈이 필요했을까 고민하는데, 박 감독이 그냥 요트 사려고 했다고 하라며 가볍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이유가 허망한 만큼 유족들의 분노는 상승하고, 또 영화를 보는 관객들로부터 악인에게 가는 공감의 통로를 처음부터 차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악인에게는 동정도 연민도 필요 없기 때문에 요트를 사는 것만큼 허무한 이유가 작가의 의도와 적절하게 맞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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