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써니'는 강형철 감독의 '과속 스캔들' 이후 차기작으로 여자들이 고등학교 친구를 찾을 때 일어나는 재미있는 사건들에 대해 그린 영화이다.
눈부신 우정을 나눈 소녀들
'나미'는 시골에서 막 이사 온 학교의 새로운 소녀이다. 나미는 긴장할 때마다 억양을 조절하지 못하고 어느 날 학교 불량배들에게 비웃음을 당한다. 바로 그때, 한 무리의 소녀들이 도움을 주기 위해 뛰어들었다. 진덕여고에서 가장 의로운 소녀 '춘화'. 쌍꺼풀 있는 큰 눈에 목숨 거는 못난이 '장미', 욕 배틀 대표주자 '진희', 괴물과 같은 힘을 가진 문학을 사랑하는 소녀 '금옥', 미인대회 우승을 꿈꾸는 사차원 '복희' 그리고 도도한 얼음공주 '수지' 등이다. 나미는 그들과 함께 그룹 '써니'를 결성하고, 그들이 영원히 함께할 것을 서로에게 약속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사고가 그들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25년이 지난 지금, 결혼을 하고 멋진 남편과 아름다운 딸과 함께 살고 있는 나미는 여전히 자신의 삶에서 부족한 것을 느낀다. 어느 날, 그녀는 춘화와 마주치게 되고, 그녀는 다른 써니 멤버들도 찾기로 결심한다. 가족에게 바쳐진 일상에서 벗어나 과거의 친구들을 찾아 나선 나미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자신을 찾은 그 시절의 눈부신 우정을 기억하기 시작한다.
영화 써니 줄거리와 연출의 정교함
남편과 딸의 아침을 깨우고 집안 청소를 마치고 나서야 아침을 먹는 주인공 나미. 어머니의 병문안을 갔다가 우연히 고통에 몸부림치는 한 환자를 보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하춘화. 용기를 내어 병실에 들어간 나미. 암에 걸렸지만 결코 우울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그녀의 마지막 소원은 옛 친구들을 찾는 것이다. 오랜만에 모교로 돌아간 나미는 어릴 적 나미로 되돌아간다. 영화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80년대 학창 시절로 화면 전환된다. 시끌벅적한 교실의 풍경 사이로 전학생이라면 가장 떨리는 순간인 전학생 소개 시간이 이어진다. 왠지 주먹 꽤 쓸 것 같은 불량한 학생들이 나미의 상태를 스캔하고 있고, 학교의 진짜 캡짱 하춘화가 등장해 그녀를 위기에서 구해준다. 춘화의 친구들은 사실 학교에서, 동네에서 소위 잘나가는 서클 멤버들이었다. 라이벌 학교의 서클과 배틀 붙는 자리에 머릿수 맞추기로 따라오게 된 나미. 그리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재밌기로 소문난 욕 배틀이 시작된다. 승리를 자축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얌전히 책을 읽는 소녀 수지. 나미는 자연스레 그녀에게 관심이 가고, 친구들과의 추억은 그렇게 켜켜이 쌓여만 간다. 그리고 올 것 같지 않은 먼 미래의 이야기들로 웃음꽃을 피우기도 한다. 나미는 어떻게든 수지와 가까워지려 하지만 그럴수록 수지의 태도는 냉정할 뿐이다. 수지가 나미를 탐탁지 않아 했던 이유는 수지의 새엄마 때문이었다. 그렇게 과거의 수지와 나미는 화해한다. 춘화에게 악감정이 있던 상미는 가장 나약해 보이는 나미에게 시비를 걸고 나미는 상미에게 사과를 받아내려 하는데 수지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빠져나오지만 그것이 오히려 상미의 화를 더 돋우게 된다. 상미와 춘화가 서로 갈라졌던 이유는 바로 상미가 해서는 안 될 것을 했기 때문이다. 학교의 축제날은 한바탕 소란의 장으로 바뀌고 수지는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된다. 그들의 마지막 기억은 그렇게 상처로만 남게 된다. 언젠가 다시 모여 춤을 추자는 그때 그 다짐이 지금의 춘화와 나미가 친구들을 불러 모은 이유였던 것이다.
나미가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짝꿍 장미였다. 흥신소 직원에게 부탁해 다른 친구들도 찾게 되었는데 욕쟁이 친구는 어느덧 교양 가득한 친구로, 작가를 꿈꿨던 문학소녀는 성격 고약한 시댁에서 삶에 지친 가정주부로 변해있었다. 생기 넘쳤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의 모습은 그 당시엔 믿기 어려웠던 미래의 문물처럼 너무나 다른 모습들이었다. 춘화의 병세는 점점 더 악화되고 끝끝내 찾은 옥희는 미스코리아가 아닌 술집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일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사실은 현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꾹꾹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만난 친구들과 추억을 얼마 쌓지 못한 채 춘화는 생을 마감한다. 춘화의 빈소에는 써니 멤버들만이 덩그러니 앉아 오지 않는 수지를 기다리고 있다. 아무것도 세상에 남기지 못할 줄 알았던 춘화는 죽기 직전 만났던 친구들에게 선물을 남겨주고 떠난다. 현실은 과거의 추억처럼 과거에 꿈꿨던 밝은 미래처럼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영화 '써니'의 가장 좋은 점은 연출의 정교함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영화에서 제일 고민되는 부분인 '장면 전환을 언제 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이 영화에서는 참 세련되게 연출이 되었다. 현재와 과거에 동일 인물이란 것을 쉽게 알려주기 위해 선택한 장면 전환으로 관객들의 예상보다 반 박자 빨리 전환하고 싶었던 강 감독의 연출은 의외의 순간에 화면이 바뀌면서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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